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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우리는 IMF 외환위기에서 무엇을 배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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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에 IMF 금융원조를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였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저는 사실 그때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유도 몰랐고 어려서 정확한 이유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뉴스에서는 달러가 부족해서 IMF에 자금을 빌렸다고 하니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금 모으기 운동, 아나바다 운동 등을 통해 다함께 위기를 극복하자고 뉴스에서 연일 보도하였고 언젠가는 위기가 극복될 거라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줬었죠. 경제주권을 뺏겨 낯을 들 수 없었던 정부였지만 경제 위기를 잠시라도 잊게 했던 박세리와 박찬호에게 정부는 무척 감사했을 겁니다. 2001년에 달러를 갚아서 IMF에서 벗어났으니 근 4년 정도가 걸렸습니다. 오늘은 모두가 알지만 정리하는 차원에서 외환위기에 대해 알아보려합니다.

 

   외환위기에 대해서는 많은 자료들이 있습니다. 블로그 뿐만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저도 그런 자료들을 통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그 당시 외부 상황은 이른바 '3저 호황'이었는데요. 달러, 금리, 유가 모두가 저렴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금리에 많은 돈을 많이 빌려서 공장을 지었고 저유가이기 때문에 운영비나 재료비가 많이 들지 않았습니다. 달러는 저렴했는데 이와 더불어 엔화가 비쌌습니다. 미국은 무역적자,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에서 달러의 가치를 낮추고 엔화와 마르크화의 가치를 높이는 합의를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과 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일본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수출을 할 수 있었고 이러한 상황이 97년까지 계속 이어져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내부 상황은 지금과 다르게 정부가 시중 은행을 쥐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OECD 회원가입과 1인당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은행을 통해 기업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아니면 국민소득을 올리기 힘들지만 기업들은 사실 장사도 잘 못해서 거의 매년 무역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방만한 기업경영도 이어왔죠. 이런 전략(저금리, 저달러에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여 수출경쟁력을 가지는 전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태국에 외환위기가 옵니다. 태국은 금리가 높아 해외 자금이 들어온 상태였는데 태국 바트화의 가치가 낮아지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해외 자금이 환차손 때문에 자금을 회수하고 나가게 된 것이죠. 당장에 달러가 모자라게 된 것입니다. 그런 현상이 동남아 국가들에게 도미노처럼 퍼져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게도 오게 된 것이죠. 같은 수출 전략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던 나라들이 모두 당한 셈입니다. 

 

   이 때는 더 이상 '3저'의 상황이 아니었고 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도 외국인에게 줄 달러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 해외에서 빌려온 돈 보다 훨씬 적은 달러를 보유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래프만 봐도 해외 단기 채무가 1996년에 60,000,000,000달러입니다. (y축 단위는 백만 달러). 

대외 단기 채무 - 출처'한국은행'

 

   하지만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외환은 아래 그래프처럼 40,000,000,000달러 였습니다(y축 단위 천 달러). 단기 채무만 보더라도 600억 달러를 갚아야 하는데 400억 달러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결국 IMF에 350억 달러를 대출받게 됩니다. 

 

외환보유액 - 출처 '한국은행'

 

   당시 은행들은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을 갚아야 했기 때문에 국내에 풀었던 대출자금을 회수하였고 무분별한 대출을 받아서 경영하던 많은 대기업들이 부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쓰러져 가던 그때 대기업과 같이 협력하던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쓰러졌겠는지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이 때는 사업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직장 다니던 사람들까지 모두 힘든 시기였습니다. 이후 IMF는 우리나라 경제에 관여하여 기업들의 구조조정, 일자리 유연화, 고금리, 관치금융 철폐를 추진합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치욕적인 경제간섭과 신자유주의의 주입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체질을 좋게 변화시킨 사건으로 평가합니다. 사실 둘 다 맞는 얘기이고 혹독한 수업료였으며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가 배웠느냐는 것입니다. 확실히 기업들의 재무가 투명해지고 관치금융도 없어져서 체질변화를 했는데 한 부분에서만 변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 가계, 정부가 모두 학습한 내용을 적용해야 하는데 지금의 가계 부채를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현재도 미국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를 이어오고 있는데 가계부채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계는 대부분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 값이 계속 오른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환율이 오르고 다시 경제위기가 와서 이 부채를 못 갚게 된다면 은행뿐만 아니라 관련된 기업까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가 문제인데 대외적 변수(환율, 금리)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전염병으로 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외환위기에서 배웠다면 빨리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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