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상식

다시보는 비트코인

반응형

   오늘은 기축통화로써 비트코인을 다시 살펴보려 합니다. 2017년 말~2018년 중반까지 비트코인의 가격은 말 그대로 천정부지였습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세계 화폐가 된다는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이런 광기의 역사는 사실 줄곧 이어져 왔던 것으로 멀게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사건이나 가깝게는 2000년 초 IT 거품 사건, 2008년 금융경제위기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돈이 된다는 말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가 달려들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이었고 보통 투자라고 하기보다는 투기라고 합니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누군가가 말하길 리스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라고 하던데 매우 동의하는 말이었습니다. 2017년에 다시 비트코인 투기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투기가 뭔 줄은 알지만 이번엔 다르다', '세상이 변했다'라고. 한 가지 알게 된 건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사람들의 마음은 잘 안 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급등과 급락을 경험했지만 없어지지는 않고 지금까지 계속 거래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정말 화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판가름이 안 난 셈인데 정말 화폐가 될 수 있을까요. 교과서적으로 보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교환 수단이 되어야 하고 회계 단위가 있어야 하며 가치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이 인류에게서 없어지지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이 부분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사회적 약속입니다. 모두가 화폐로써 인정을 하고 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하죠. 인류는 물물교환으로 원하는 것을 교환하다가 조개나 금속인 금, 은 등으로 대체했고 나아가 차용증(지폐)을 사용하다가 이제는 종이만을 거래하게 되었습니다. 달러나 원화 등은 결국 종이에 숫자를 쓴 것에 불과한데 사회적으로 약속을 하니까 화폐로써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종이돈이 거래되면서 전 세계 경제는 엄청나게 발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금태환 제도(금을 달러로 바꿔주는 제도)에서는 금의 양만큼 통화량이 결정되었습니다. 가령 1조 달러가 전체 통화량이라면 돈이 부족하거나 경기가 나빠져도 금을 더 캐지 않는 이상 정부로써는 통화량을 늘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은 물가가 오르질 않습니다. 통화량은 고정되어 있으니까 10년 전 피자가 1달러면 10년 후에도 피자는 1달러입니다. 하지만 금태환 제도를 버림으로써 종이돈은 마구 찍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은 그만큼 많은 투자를 하여 돈을 벌어 들였으며 가계 또한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쁜 점은 물가가 장기적으로 계속 오르고 주기적인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였습니다.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 있어서 비트코인의 양도 금처럼 한정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금태환 달러와 유사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대신 비트코인이 늘어나지 않으니까 금태환 달러와 마찬가지로 통화량을 늘릴 수 없습니다. 통화량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어야 불경기에도 통화량을 늘려 경기 활성화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고 그로 인해 투자가 제한되니 아마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큰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전 세계가 비트코인만 사용한다면 나라마다 경제력, 기술력이 달라서 파산하는 나라들이 나올 것입니다. 이는 유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낮은데 핵심 산업이 올리브나 포도 재배, 관광 산업입니다. 그리스는 기술력이 높은 고부가 가치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니까 고부가가치 상품은 수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그리스가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 상품만 할 수 있으니 많은 돈을 벌어 들이지 못합니다. 특히나 관광 산업은 경제 상황에 많이 영향을 받으므로 세계적인 경제 위기 때마다 겪는 고통은 다른 나라보다 클 것입니다. 만약 유럽이 유로를 쓰지 않는다면 환율에 의해서 경제사정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무역 흑자는 환율 강세를 이끌 것이고 상대적으로 환율이 낮아진 나라의 상품이 무역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을 많이 하면 엔화를 많이 벌여 들여 우리나라에 엔화가 많아지므로 원화가 강세가 되고 일본은 엔화가 저렴해지면서 수출경쟁력을 얻어 다시 우리나라에 많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유럽은 유로를 다 같이 쓰기 때문에 환율에 따른 경제 조정을 받지 못하므로 국가경쟁력, 경제구조 차이에 의해 가난한 나라는 계속 가난한 나라에 머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현재 화폐로 보기보다는 상품으로써 거래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품인 금은 안전자산으로써 경제위기가 올 때마다 값이 급등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금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그 자체로써 가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만질 수 있는 1kg 금이 100년 뒤에도 그대로 만질 수 있는 1kg 금입니다. 금은 세공을 하면 언제든지 사치품이 되고 각종 산업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가치가 변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경제위기에는 금에다 투자합니다. 비트코인의 태생은 금을 닮았지만 사용되는 방식은 종이돈을 닮았습니다. 통화량은 한정적이고 가상화폐라 위급 시 불이라도 피울 수 있는 종이돈보다 못합니다.

 

   지금까지는 현실에서 비트코인을 화폐로써 쓸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인터넷상에서만 본다면 화폐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모든 국가에서 비트코인을 일정한 자국 화폐 값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말이죠. 인터넷상에서는 국경도 없고 가상적으로 거래되는 모든 것이 비트코인으로 결제될 수 있습니다. 가령 국가가 서로 다른 유저들의 게임 아이템 거래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국가의 돈을 원화로 환전하려고 하면 은행을 거치면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프로세스 또한 복잡한데 비트코인으로 거래하고 원화로 환전할 수 있으면 매우 쉽게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게임으로 생긴 가치를 실제 돈으로 바꿔 줄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안된다면 실질적으로 환전 없이 인터넷상에서만 거래되는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혹자는 비트코인을 보지 말고 그 밑에 깔린 블록체인 기술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전 세계가 이용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거란 것이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