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 기본소득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었습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은 세금이 높은 대신 복지가 잘 되어 있는데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국가라 일컬을 만큼 공공복지가 잘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전후로 장하준 교수가 책을 통해 복지 국가 개념을 주장하면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복지의 개념이 자칫 사회주의로 비칠 수 있어 다소 거부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시 유럽으로 돌아오면 핀란드는 2017년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 중에서 2천명을 무작위로 뽑아 75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였습니다. 여기서 실업급여와 기본소득의 차이는 실업급여는 재취업 교육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고 직업을 가지면 더이상 지급되지 않는데 기본소득은 교육 의무가 없고 직업을 가져도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핀란드는 빈곤 감소와 고용의 효과가 있으면 확대 시행할 방침을 세웠지만 현재 지난 2년의 실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고용효과가 미미하지만 정신적, 경제적 행복은 늘어났다고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자세한 수치를 살펴보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실험 2년차에 1년 동안 평균 78일 고용되었지만 비교집단은 73일 고용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언론은 유의미한 차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언론은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받으면 더 구직활동을 하는지 여부를 봐야 하는데 78일과 73일로는 그 사실을 알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5일의 차이를 두고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더 구직활동을 활발히 한다고 말할 수도 있으나 비교집단이 실업급여만 받기 위해 일부러 구직활동에 소홀히 했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업급여가 기본소득보다 많다는 상황에서 예상되어지고 비교집단이 모두 실업급여를 받았는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적, 경제적 삶의 질은 실험군(기본소득 받은 사람)이 비교군보다 월등히 뛰어났다고 하는데 자신이 우울증을 겪는다고 생각하거나 경제적으로 괜찮은지 스스로 판단하는 방식으로 측정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제약 정도가 기본소득이 실업급여보다 낮아서 그랬을 거라 추측 가능한데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후속 실험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모집단을 좀 더 늘리거나 기본소득을 받았던 사람들이 다시 비교군으로 들어갔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갑론을박이 많은 기본소득 실험이었지만 실패다 혹은 아니다고 확실히 결론을 짓기는 힘들고 앞으로 좀 더 실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기본소득 개념은 사람들의 기본 생활 유지를 위해서 나타났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4차 산업혁명을 두고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AI와 로봇이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일할 자리를 잃게 되므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이미 테슬라에서는 모든 공정이 로봇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일부 산업에서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로봇은 24시간 움직일 수 있고 실수하지 않으며 말도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쓰임의 범위는 AI를 만나면서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로봇을 관리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실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기본소득이 경제를 굴러가게 할 거라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것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데 바로 긴급재난지원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시적이고 향후 세금에서 거둬들일게 분명하지만 재난지원금은 이 시점에 기본소득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점을 실제로 체험하게 해 준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은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된 상황과 비슷하며 직업 교육 없이 급히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여유를 느끼게 해 준 점은 핀란드의 실험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8월까지 재난지원금을 다 쓰고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면 기본소득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와질 거라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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